안녕하세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계리 이론에 친숙하지 않은 분들도 보험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실 수 있게 아주 간단한 형태의 프라이싱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문과출신으로 계리사에 합격하는 과정에서, 많은 수리적인 식을 언어로 바꾸어서 공부하곤 했습니다. 간단한 예로 보험료 프라이싱 하는 방식을 피자를 나눠 먹는 게임으로 이해했었는데요, 오늘은 이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1. 피자를 그냥 나눠먹는 상황
초등학교 저학년 산수 문제를 내 보겠습니다. 사람이 네명 있고, 이들이 피자를 한 판 공평하게 나눠먹는다고 한다면, 한 사람당 피자를 전체의 얼만큼 먹어야 될까요? 그렇죠. 네명 모두 1/4 만큼 먹었을 때, 공평하게 먹은 셈이 되겠죠. 하지만 이는 매우 단순한 상황에서의 정답입니다. 이 쯤에서 비유를 간단히 설명드리면, 이 1/4는 금리와 확률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 1원짜리 보험금을 무조건 공평히 나누어 받는 보험상품을 네명이 가입했을 때의 보험료입니다. 이런 이상적인 상황은 이 세상에 없으므로,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하여 현실에 더 다가가 보겠습니다.
#2. 피자의 따뜻함
피자가 따뜻할수록 더 맛있다고 가정하고, 이번에는 네 사람이 피자를 순서대로 먹을 수 밖에 없다고 해봅시다. 이 때 피자를 공평하게 '맛있게' 나눠먹으려면, 먼저 먹는 사람이 더 많이 먹어야 될까요? 아니면 더 적게 먹어야 될까요? 그렇습니다. 네명 중 먼저 먹는 사람일수록 피자를 더 조금 먹어야, 나중에 피자를 먹은 사람과의 '맛있음'이 공평해질 수 있습니다. 이제 피자를 나눠 먹는 상황은 잠시 잊고, '맛있음'을 고려했을 때, 피자를 빨리 먹는게 더 맛있을지, 아니면 천천히 먹는게 더 맛있을지 고민해 봅시다. 이론적으로는 피자가 나오는 동시에 (아주 짧은 시간 t와 t+dt 사이에) 먹는게 제일 맛있을 겁니다. 무슨 프라이싱 알려준다고 해놓고 뚱딴지같은 얘기를 하는지 싶으실 수도 있는데요, 방금 말씀 드린 피자의 '맛있음'을 금융 상품 프라이싱에 빗대면 좀 어려운 말로 '화폐 현시 선호'가 됩니다. ('먼저 받은 돈일수록 더 가치를 크게 느낀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지금 1만큼 맛있는 피자가 1시간 후에 그보다 맛이 10% 떨어진다고 하면, 1시간 후의 1.1만큼의 넓은 피자가 지금의 1만큼의 피자와 똑같은 '맛있음'을 줄 것입니다. 이 때의 10%를 일종의 이자율처럼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이자율은 대부분의 손해보험 상품에서는 예정이율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한시간 뒤의 1만큼 맛있는 피자가 지금 얼만큼 맛있어야 서로 거래가 가능한지도 합의가 가능해졌습니다 1/1.1 만큼입니다. 이를 현가율이라고 합니다.
3. 피자를 먹을 확률
이제 아까 그 피자를 나눠먹는 상황에 작은 게임을 도입해 봅시다. 좀 바보같은 게임이긴 한데요, 혼자 주사위를 던져서 1이 나오면 피자를 먹고, 만일 주사위를 던져서 1이 아닌 수가 나오면 한시간 있다가 또 주사위를 던져야 하고, 이를 무한히 반복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1.과 #2.의 논의를 진행해 보았을 때, 피자의 맛있음을 식으로 나타내어 보면 아래와 같이 나타날겁니다. (고등학교2학년 수준의 수학이 요구됩니다.)
간단한 계산을 거치면 저렇게 계산된 피자의 맛있음은 0.6875라는 값이 나옵니다. 식을 좀 더 설명드리면, 처음에 피자를 먹게 될 확률이 1/6이고, 그 때의 맛있음이 1이어서, 첫 항은 바로 피자를 먹었을 때의 맛있음을 나타낸 것이고, 두번째 항은 처음에 피자를 못먹고, 한시간 뒤에 먹게 될 확률이 1/6 * 5/6이고, 이 때의 피자의 맛있음이 1/1.1이어서, 그를 곱해서 한시간 뒤에 먹은 피자의 지금 시점의 맛있음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는, 지금 피자가 만들어짐과 동시에 피자 한 판을 먹었을 때의 맛있음(효용)이 1인 피자를 저 바보같은 게임을 통해서 확률적으로 천천히 먹으면, 0.6875만큼 맛이 있다는 뜻으로, 방금 만들어진 피자를 0.6875만큼 만들어짐과 동시에 먹었을 때의 느끼는 맛있음(효용)과 같습니다.
다소 복잡했을지 모르겠사오나, 지금 설명드린 부분이 보험료의 분자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4. 피자 게임비
자. 이제 이 게임을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들어봅시다. 운좋게도 세상에 정신나간 사람이 많아셔, #3에서 설명드렸던 이 정신나간(?) 게임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되었다고 해 봅시다. 그리고, 이 게임에 참가하는 비용은 매 시간마다, 피자를 먹지 못했을 때 계속 지불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드디어 보험료가 나오는 순간인데요, 이 게임에 참여하는 게임비에 관하여는 아래의 식이 성립하게 됩니다.
이 게임의 효용이 게임 시작시점에서 0.6875이고, 이 게임이 공정한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정신나간 게임비에도 피자의 따뜻함과, 피자를 먹을 확률을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식을 간단히 설명드리면, 이 정신나간 게임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은 게임비를 지불할 것이고 (그게 첫 항의 1입니다.), 한시간 뒤에 그 사람의 주사위의 눈이 1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는 한시간 뒤에 게임비를 지불하게 될 텐데, 한시간 뒤의 게임비는, 지금의 게임비의 1/1.1배 만큼의 '맛있음'을 살 가치가 있으므로, 이 확률과 맛있음을 반영하면 한시간 뒤의 게임에 대해서는 0시점의 게임에 비해 5/6 * 1/1.1 만큼의 게임비만 지불해도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두시간 뒤의 게임비는 이미 두번 주사위의 눈이 1이 아닌 값이 나온 상태에서, 두시간동안이나 맛이 없어진 피자를 먹었을 때의 게임비이므로, (5/6 * 1/1.1)^2 만큼의 게임비를 지불하게 됩니다. 이렇게 게임은 계속 반복될 수 있으므로, 위의 식이 성립하게 됩니다. 간단한 계산을 통해, 정신나간 게임비를 계산해보면, 아래와 같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게임비가 하필이면 1/6이 나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는 우연한 값이 아닙니다. 이 게임이 공정한 게임이고, 이길 확률이 1/6이었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입니다.) 이 정신나간 게임비의 분자가 급부의 계리 현가, 분모를 보험료 지급의 계리 현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의 게임의 이길 확률을 통계에 따라서 다르게 만들고, 피자의 맛있음도 다르게 만들고 게임비를 내는 방식도 다르게 만들고.... 그러면 보험료가 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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